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의 핵심은 ‘전공의 없이도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들이 값싼 전공의를 다수 고용해 경증·원거리 환자까지 흡수하던 관행이 필수·지방의료 약화 문제를 가속화했다고 보고 전공의 중심의 인력 구조를 전문의 등으로 대체하는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그간 “수련생 신분인 전공의들의 이탈이 국가적 혼란이 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제도를 돌아볼 필요성을 말한다”고 설명해 왔다.이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은 현재 의료 현장을 떠나 있는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다소 생각이 복잡해질 정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중한 근로 등 전공의들의 고충을 염두에 둔 개선책이면서 한편으로는 상급종합병원 내 전공의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대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하는 동시에 의과대학 정원 증원 외의 다른 정책들도 고삐를 죄며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암에 걸리면 무조건 서울행 기차를 탈 게 아니라 지방에서도 효율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의 요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들이 본래 목적대로 중증·응급 중심 진료체계를 갖춰야 전체적으로 더 많은 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들은 일반 병상 비중은 축소하고 중환자 병상은 늘리게 된다.상급종합병원을 보다 덜 붐비게 만들 방책으로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진료의뢰제다. 이는 환자가 2차 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옮기는 때에 각 개인이 아닌 병원 측이 자료를 전달하고 예약까지 잡아주는 제도다. 무작정 상급종합병원으로 향하려는 경향에 일정 부분 질서를 잡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진료의뢰제와 관련해 “양쪽 병원에 모두 인센티브를 주고, 지표에 따라 성과 보상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정부는 경증 및 비응급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직행’을 가급적 막으면서 이와 맞물려 전공의들 비중 축소도 추진한다. 중증 환자를 진료할 인력은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숙련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경증 치료에 투입돼온 부분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병상도 줄일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으로 하위 단계 병원들도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이번 대책이 그간 전혀 복귀 움직임이 없던 전공의들의 기류를 바꿀 것인지도 주시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전공의 문제를 둘러싼 진통이 있는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체질 개선 작업이 전공의들의 복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흘러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대해 “거칠게 말하자면 전공의 없이도 운영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며 “전공의들에게도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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