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론과 관련해 “준사법적 수사처분 결과나 재판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언급을 자제해왔다”며 직접 언급을 삼갔다. 다만 김 여사가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조사받아 특혜 논란이 인 데 대해선 “여러 가지 고려해서 조사 장소·방식이 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저도 검사 시절 전직 대통령 영부인에 대해 멀리 자택까지 찾아가 조사한 일이 있다”며 “(조사에) 방식이 정해진 건 아니고, 영장 발부가 되면 강제로 하겠지만, 모든 조사는 원칙적으로 임의 조사”라고 강조했다.김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해서는 “장소가 준비되면 부속실이 본격적으로 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제2부속실 장소가 마땅한 데가 없다. 청와대만 해도 대통령 배우자가 쓰는 공간이 넓게 있지만 용산엔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추천이) 오면 임명하게 돼 있다”며 “현재 국회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별감찰관 임명을 연관지어서 (논의)하는 것으로 들었다.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해주면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윤 대통령은 국회가 논의 중인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지난번에 관련 (입법) 청문회를 하지 않았나. 저도 방송을 통해서 잠깐 봤는데, 이미 거기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게 자연스레 드러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언급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안’을 수용하겠다며 여야 간 특검 줄다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윤 대통령이 특검 자체가 불필요하단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윤 대통령은 “지난번 5월10일 기자회견 때도 수사가 미흡하면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하겠다고 했다”며 “채 상병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 수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번 경찰에서 아주 꼼꼼하고 장기간 수사해서 수사결과를 책 내듯이 발표했고, 제가 볼 때는 언론이나 많은 국민이 수사결과에 대해 특별한 이의를 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영수회담을 해서 이런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10번이고 왜 못 하겠습니까”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정치인도 선을 긋거나 하지 않고 늘 열어놓겠다”며 “협치라고 하는 것이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라고 했던 발언에서 다소 후퇴한 것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일단 여야 간에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하고 이렇게 해서,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과 같이 국회를 바라볼 때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이고, (국회가) 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청문회라든지 다양한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가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 너무 달라서 저도 한번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의 이름을 한 번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제 6·25 때도 북한군이 남침했을 때 국내에 있는 반국가 종북 세력들이 정말 앞잡이를 하면서 우리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데 많이 가담했다. 제가 8·15 때 말씀드린 것도 그런 차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요새 전쟁을 보면 군사적 공격에 앞서 가짜뉴스로 온라인에서 공격을 먼저 시작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그랬듯 세계 어느 나라나 하이브리드 전쟁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온라인 공격은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상대국 국민의 생각을 지배하고 사회 혼란을 유도할 목적으로 가짜뉴스 및 허위·날조 정보를 퍼뜨리는 것이다. 전시에 활용되던 것이 온라인 발달로 평시에도 활용되고 있어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방첩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정보요원 신상을 유출해 구속기소된 정보사 군무원이 중국 측에 포섭돼 범행한 것으로 드러난 점도 반국가세력이 단순 이념적 구호가 아닌 실존하는 안보 위험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100% 대한민국 헌법과 국체에 충성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늘 경계심을 가져야만 우리의 안보를, 또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을 빚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두고는 “저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기념관장을 추천하는 위원회에서 세 분을 보훈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장관이 한 분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며 “보통 1번으로 올라온 분을 제청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장관이 위원회를 거쳐 1번으로 제청한 분에 대한 인사를 거부해본 적이 없다”며 “특별히 우리 정부의 입장하고 관련 있는 인사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서로 뉴라이트를 언급하는 분마다 정의가 다른 것 같다”며 “우리 정부 인사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직책을 맡을 수 있는 역량 두 가지를 보고 인사를 하고 있다. 뉴라이트인지는 안 따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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