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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타이타닉, 우리사회 사실적 연출

기자명 : 양성현 입력시간 : 2017-12-01 (금) 06:20


뮤지컬 ‘타이타닉’의 한 장면. 타이타닉호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른 뮤지컬과는 달리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가 아닌 2층 계단에서 연주한다. 오디컴퍼니 제공

항해가 끝나면 약혼자에게 청혼하겠다는 기대, 부유한 삶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곳에서 단란한 삶을 꾸리겠다는 소망, 유명 신문사 스포츠 기자로 지원하겠다는 꿈, 교사가 돼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겠다는 희망. 이런 꿈과 희망을 가득 품은 승객 2200여명을 태운 거대한 꿈의 배가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비극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최근 개막한 뮤지컬 ‘타이타닉’은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국내 초연 작품이다. 1912년 미국으로 가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용기와 사랑을 담았다. 하지만 영화를 상상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는 난파된 타이타닉호의 혼란 속에서 1등실과 3등실 승객 사이의 계급 차이를 초월한 사랑에 집중했다면, 뮤지컬은 각자의 사연을 지닌 등장인물 모두를 조명했다.

극 중에는 뚜렷한 중심인물이 없다. 심지어 관객들마저 배에 탄 승객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특정 인물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를 한다. 배우들은 무대와 11m 높이의 철골 탑을 중심으로 설치된 철재 계단 구조물에 층별로 서서 관객들을 아래위로 둘러싼다. 계단 구조물은 객석 2층 일부와도 연결돼 무대와 객석을 가깝게 이어준다. 구조물을 지나 시선이 닿는 곳에는 갑판 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배가 빙산에 부딪혀 위기에 처하자 배의 설계자 토마스 앤드류스(문종원 서경수)와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김용수), 소유주 브루스 이스메이(이희정)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싸운다. 설계자가 승객의 안전에 중점을 둬서 배를 만들었더라면, 선장이 빙산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소유주가 배의 속도를 올리라고 무리하게 재촉하지 않았다면. 이들이 재앙을 마주했을 때 대책을 논의하기보다 남의 탓만 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익사한 시체가 떠오르는 장면도 사실적이다.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에서 춤추는 장면에서 풍겼던 파티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은 와이어에 몸을 실어 고개와 팔다리를 푹 떨구고 천장 주변에서 아래위로 떠오른다. 가방과 의자도 함께 떠오른다. 꿈을 안고 타이타닉호에 올랐던 인물들이 한순간 처참하게 바닷속에 있는 장면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6만∼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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