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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파업은 국지전…병원·화물·학교·지하철 ‘릴레이 파업’

기자명 : 김효상 입력시간 : 2022-11-24 (목) 08:17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공공운수노조가 23일 서울대병원과 국민건강보험을 시작으로 동시다발 파업에 돌입했다. 다음 달 2일까지 화물, 철도, 지하철, 학교, 병원 등에서 줄파업이 예고돼 있어 공공 부문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적 참사 근본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어, 연말 특수에 찬물을 끼얹는 파업 명분으로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세월호 시즌2’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에는 주최 측 추산 11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시계탑 앞 아스팔트에 모여 앉은 조합원들은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 조끼를 입은 채 '단결, 투쟁'이 새겨진 빨간 머리띠를 둘러쓰고 목소리를 냈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박솔씨는 "서울대병원은 드높은 이름만큼 중증도, 희귀질환 환자들도 방문해 인력 요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한 간호사가 너무 많은 환자를 받아 식사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간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인력이 부족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인력이 유출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며 "(그럼에도) 서울대병원은 '공공기관 인력감축'을 이유로 들며 인력을 줄이려고 하지만 인력 감축은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조원 손지훈씨 또한 "밥도 못 먹고 상기된 얼굴로 뛰어다니는 간호사들, 하루에 백 번도 넘게 기저귀 가는 조무사까지 병원 곳곳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 환자가 줄자 (안그래도) 부족한 인력을 정부는 줄이겠다고 하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나"고 꼬집었다. 현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환자를 살리는 노동자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노동자"라며 "싸우지 않으면 우리가 환자를 더 제대로 볼 수 없는데 이렇게 싸워주셔서 국민들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서울대병원 의료공공성 쟁취 △필수인력 충원 △노동조건 향상 등이다. 이들의 가장 큰 요구는 인력 충원을 통해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달라는 것.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간호사가 일하다가 쓰러져서 응급실로 직행하는가 하면 정형외과 수술을 받으러 왔던 환자가 낙상해서 뇌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처참한 현실인데 근본 원인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서울대병원노동조합은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이 제대로 된 공공병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병원에 요구하기 위해 오늘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은 공공의료인력을 축소하고 공공의료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등 공공의료정책을 후퇴시키려 하는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윤태석 지부장은 "수익과 성과 중심 병원이 아닌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마른 수건 쥐어짜듯 인력을 줄이는 게 아닌 인력의 확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출정식 뒤 행진이 이어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종로3가까지 행진에 나섰다. 새파란 몸자보를 착용한 채 8개 줄로 대열을 이뤄 발맞춰 걷던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은 "인력 감축 저지하자! 필수인력 충원하라! 안전인력 충원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행진 도중 발언에 나선 보라매병원 간호사 현재호씨는 "환자가 더 좋은 간호를 받고 온전한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간호사들이 더 많은 현장에 남아 있어야만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핵심적인 방법은 바로 인력 투입"이라고 말했다. 현씨는 또 "임금을 아무리 올리고 더 좋은 시설을 두고 더 더 많은 칭찬과 명예를 씌워도 스스로가 죽어가는 걸 피부로 느끼는 간호사가 병동에 남아 있을 이유는 전혀 없다"며 "간호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인력"이라고 호소했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도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1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원주 시내 행진에 나섰다. 주최 측 추산 천여 명의 상담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은 '해고 없는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국민과 가장 맞닿아 있는 상담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만 국민들이 충분한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상담노동자들이 건강보험 제도를 국민에게 가장 먼저, 가장 잘 안내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에 힘써야 한다"며 "또한 사회보험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더는 건보공단의 업무를 외주화하여 국민의 권리를 훼손하지 말고 고객센터를 직접 운영하여 건강보험제도의 공공성 강화에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던 용인경전철지부는 임금 교섭 잠정 합의로 파업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공공운수노조를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민주노총 각 산별노조의 줄파업이 예정되어있다. 24일 화물연대를 시작으로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 다음 달 2일 전국철도노조 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물류업계 뿐 아니라 학교, 지하철, 철도 등에서 노동계 파업이 잇따르면서, 동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노동자들은 국민 모두를 위한 파업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노조 관계자 A씨는 "병원 노동자들만을 지키려는 파업이 아니라 공공의료로 시민들이 병원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더 확장시키자는 요구이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파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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